티스토리 뷰

반응형

임신 9주 , 지옥의 입덧 시작

입덧 9주

드디어 입덧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일어난 것 같은 울렁거림이 계속 됐고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싹 사라졌다. 

호르몬이 참 신기한 것이 그렇게 좋아하던 평양냉면도, 쫄면도 꼴도 보기 싫었다. 다행히 음식 냄새를 맡기만 해도 구토가 올라오는 증상까지는 겪지 않았다. 아, 단 하나 커피를 직접 볶는 카페 근처에 가면 그 커피 원두 냄새가 너무 싫었다. 또 가끔 내가 너무 사랑하는 고양이의 대변 냄새가 아주 역하기 느껴지기도 했다. 

신기하게 입이 심심하고 배는 고팠기 때문에 회사에 토마토나 고구마말랭이처럼 향이 거의 없는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서 가져갔다. 

토덧까지는 하지 않아 몸무게는 이 기간 1키로 정도 빠지는 것으로 그쳤다. 하지만 항상 피곤에 찌들어 있었던 탓인지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너무 수척해졌다며 걱정을 해줬다. 

입덧약을 먹어볼까도 싶었지만, 산부인과 선생님께서 버틸 수 있을 정도라면 버텨보라고 권해줬고 또 가격도 일주일에 6~7만원 정도로 비쌌기에 참기로 했다. 

다행히 임신 9주쯤 본격적으로 심해진 입덧은 마법처럼 완화된다는 12주부터 괜찮아지더니 14주쯤 거의 느끼지 않게 됐다. 

 

임신9주

임산부 두통이 찾아오다

입덧도 입덧이지만, 이 기간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두통. 

30여년 인생에서 두통을 거의 겪어보지 못했던 나였는데, 이기간 눕지 않으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두통이 심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질 정도로 힘들었다. 맘카페에서 찾은 방법으로 커피를 조금 마셔보거나 철분제를 먹어보기도 했지만 두통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 정기검진에서 내가 아주 미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부인과 선생님께선 쌍둥이 임신에다 입덧으로 영양이 부족해 보이고 물도 자주 마시지 않아 탈수가 왔을 수 있다며 물 자주 마시기, 임산부 종합영양제와 철분제 먹기를 처방해주셨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영양제와 철분제를 함께 복용하면서부터 두통이 약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미련했다. 왜 병원으로 바로 찾아가서 질문할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임신 9주

근로시간 단축 꼭꼭 보장받자

임산부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다. 사업주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나는 너무 초기에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이 부담되어 8주쯤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들어가 5주간 2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했다. 당연히 부장은 내켜하지 않는 눈치가 보였지만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이기 때문에 눈치따위 보지 않았다. 입덧과 두통으로 고통스러웠던 그 시기에 2시간 단축 근무라도 하지 않았다면...생각도 하기 싫다. 또 근로시간 단축은 그 기간 임산부들과 아기들이 특히 위험하기 때문에 도입됐다고 생각한다. 회사 따위가 내 몸과 아기를 대신 지켜주지 않기 때문에 내 권리는 열심히 챙겨 먹어야 한다.

 

임신9주

이 기간 보건소에서 임산부 뱃지랑 엽산 등 선물도 꼭꼭 챙겨받아야 한다. 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임산부 뱃지를 달고 지하철을 타는 기분이란, 정말 짜릿해. ㅎㅎㅎㅎㅎ 다행히 내가 타는 지하철 호선은 승객분들이 임산부 배려석을 지켜주셔서 기분 상하는 상황 없이 안전하게 자리에 앉아 올 수 있었다. 정말, 입덧 시기에는 지하철 내 사람들의 냄새, 갇혀있는 듯한 답답함이 사람을 아주 미치게 한다. 배려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