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로맨스 : 류승룡의 매력에 다시 빠진 영화

 

장르만 로맨스 / 2021, 드라마

장르만 로맨스는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영화입니다. 배우로서 능청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류승룡의 연기에 함께 출연하는 오나라, 김희원, 오정세 배우 조합이 으레 배를 잡고 웃게 해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는 기분 좋은 기대를 하도록 합니다. 코지 또한 간만에 깔깔거리며 웃고 싶은 영화를 찾고 있었고 나름 평이 좋았던 장르만 로맨스를 넷플릭스에서 보게 됐습니다. 영화 제목 역시 '장르'만 로맨스라길래 웃음을 주는 영화일 줄 알았는데 코지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내용과 주는 의미가 예상외로 깊고 남달랐던 영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잘 나가던 작가님, 현생은 괴로워

주인공인 중년의 김현은 과거 작품 하나를 크게 터뜨리며 교수도 맡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스타 작가입니다. 동시에 7년 동안 다음 작품을 쓰지 못해 자신이 계약된 출판사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는 현실은 괴로운 작가이기도 합니다. 사생활을 보자면 더욱 괴롭습니다. 자신의 바람으로 한차례 이혼해 고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고, 재혼한 아내와 어린 딸과는 멀리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입니다. 전와이프는 재혼하지 않은 채 자신만 보면 으르렁대며 성질을 내고, 한창 사춘기인 아들은 실연의 아픔으로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에겐 자신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지만 꼬박꼬박 벌어다 주는 생활비로 권위를 겨우 붙잡고 있는 가장입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람이 흔들기 시작하다

김현의 복잡하지만 지루한 생활을 흔들기 시작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바로 자신의 강의를 듣는 유진이란 남학생입니다. 유진은 김현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해버리고 자신이 쓴 습작을 봐달라고 합니다. 그를 존경해왔다고 말하지만 이성애자인 김현은 혼란스럽고 유진을 피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중년을 향한 젊은 남자의 사랑을 담은 유진의 습작은 그 자체로 너무 가능성이 있었고 재기를 노리고 싶었던 김현은 함께 공동 작품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유진의 옥탑방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작품을 주거니 받거니 완성해가는 둘은 관계 또한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김현을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거절당해야 하는 유진은 그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고, 그런 유진에게 우정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김현의 모습은 묘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김현과 유진은 작품을 완성해가고 출판사에선 호평 일색입니다. 이제 재기의 단계만이 남은 것 같은 둘은 무사히 작품을 발표할 수 있을까요?

이별과 거절은 10대에게도 중년에게도 어렵다

주인공인 김현 주변 인물에게도 관계의 어려움은 다가옵니다. 김현의 전와이프는 새롭게 사랑을 시작했지만 김현이 연애를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생기는 묘한 감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애인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계속 김현 이야기를 하면서 열을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한 관계이지만 칼같이 감정을 끊어버릴 수는 없나 봅니다. 또 김현의 아들은 두번의 실연을 겪게 됩니다. 또래의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힘들어하던 성경은 동네 유부녀와 친하게 지내게 됩니다. 어느 날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게 된 성경은 고백하게 되고 매몰차게 거절당합니다. 성경이 거절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아빠 앞에서 꺼이꺼이 우는 장면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찢어버리는 듯했습니다.

코지평) 장르와 로맨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같지 않은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속에선 거절당하면서 복수를 하는 사람도 있고, 거절을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절을 하는 방법도 극단적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처음에는 상대방을 아프게 하지만 이후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있으면서도 영화의 의미가 남다르게 들어오는 영화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류승룡의 연기는 물론이고 아들인 성경 역할을 맡은 성유빈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쉽게 사랑에 빠진 천진난만한 모습과 거절 당하는 게 너무 어렵고 어색한 사춘기의 모습을 잘 표현해서 좋았습니다. 은근히 웃기고 진지한 영화 장르와 로맨스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