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코미디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해리와 샐리가 처음 만난 장소는 시카고의 한 대학교였습니다.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떠나던 샐리에게 샐리의 친구가 남자친구 해리를 함께 태워달라고 한 것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고 나중에 커플로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만남이었습니다. 일단 친구의 남자친구잖아요? 뉴욕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관람객들은 사랑스러운 샐리의 미소와 핑크빛 가득찬 미래 계획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시크한 얼굴 표정과 말, 다소 더러워보이는 행동에 이런 남자를 첫눈에 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그리고 해리는 이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면서 남자와 여자는 잠자리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댑니다. 한 주장하는 샐리도 열심히 반박을 하고, 이렇게 말씨름을 하면서 뉴욕으로 도착하고 둘은 얼른 헤어집니다. 5년의 시간이 흐르고 공항에서 남자친구와 키스하던 샐리와 해리가 다시 만납니다. 해리는 샐리의 남자친구와 아는 사이였고, 모른 척하고 지나가고 싶었던 샐리에게 해리는 말을 겁니다. 모두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있었고 해리와 성격도 취향도 반대였기 때문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샐리는 저녁을 함께 먹자던 해리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사랑은 슬금슬금 스며드는 것

다시 5년이 흘렀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샐리는 얼른 솔로를 벗어나라는 친구들의 조언에 착잡해지던 중 서점에서 다시 해리를 마주치게 됩니다. 이번엔 해리와 샐리는 저녁을 먹습니다. 둘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한없이 우울한 상황입니다. 해리는 부인이 바람을 펴서 헤어진 상태고, 샐리는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샐리는 해리에게 다시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고 정말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집안 인테리어도 도와주고 남녀를 뛰어넘은 우정을 선보여줍니다. 그러다 새해 서로 애인이 없이 한 파티를 참석하게 된 샐리와 해리는 춤을 춥니다. 분명 친구지만 춤을 추면서 뭔가 야릇한 분위기가 흐릅니다. 그렇게 아무일도 없는 듯이 묘한 감정을 보냅니다. 샐리는 어느 날 전남친의 결혼 소식에 폭발하고 해리는 그녀를 위로해주러 집으로 갑니다. 10년 전만 해도 남녀 사이에 친구 사이는 없다고 하더니, 눈이 마주친 둘은 키스를 하고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정말 로코 영화의 정석 같은 스토리 전개죠? 샐리는 그 순간부터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지만 해리는 멈칫하는 모습입니다. 한발 다가가려는 샐리에게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해리에게 샐리는 실망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묘한 긴장의 줄다리기를 이어오다 결국 오랜 기간 쌓인 사랑을 인정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신다면 그 과정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지 확인할 수 있으실 거에요.



코지평)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롭 라이너 감독과 노라 에프런 작가가 참가해 만든 영화입니다. 특히 노라 에프런 작가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을 쓴 90년대 로맨틱코메디 영화계 거물입니다. 노라 에프런 작가는 71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줄리앤줄리아'입니다. 모두 봤는데 너무 사랑스러운 영화들이었습니다. 모두 추천드릴게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제가 로망하던 사랑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자연스럽게 물드는 사랑인데, 정말 친구가 되는 과정부터 다시 사랑이 되는 과정까지 세련되면서도 사랑스럽게 이어나간 영화 같습니다. 영화에서 흐르는 뉴욕스러운 재즈 음악도 너무 좋아요. 마치 코지가 뉴욕 한복판에서 데이트하는 느낌이었답니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노부부들의 인터뷰도 너무 인상깊어요. 코지도 남편이랑 저렇게 늙어서도 알콩달콩한 부부가 되고 싶다는 느낌입니다. 멕 라이언의 연기도 너무 일품입니다. 얼굴에서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데다 해리랑 식당에서 연기하는 명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뉴욕 여행을 가게 되면 꼭 그 레스토랑에도 들러보고 싶어요.